어음 할인 후 부도로 사기 고소, 공소시효 만료
| 사건 요약
개요
원청으로부터 결제받은 어음을 고소인에게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다 일부 어음이 부도 처리되며 사기죄로 고소당한 사건입니다.
결과
사기죄 구성요건의 부존재와 함께 절차법상 공소권 소멸을 주장하여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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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세 진행 과정
형사사건, 특히 사기 사건은 일반적으로 피의자의 행위가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검토합니다.
⦁ 피의자에게 기망행위가 있었는지
⦁ 그 기망행위에 고의가 있었는지
⦁ 기망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처분행위를 하였는지
⦁ 처분행위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는지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실체법적 요건 외에도, 절차법적 요건의 결여로 인해 처벌이 불가능한 사건도 존재합니다.
오늘 소개할 사건은 사기죄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사안입니다.
1. 사건 개요
피의자 A씨는 회사를 운영하며 원청으로부터 결제받은 어음을 제3자인 고소인 B씨에게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왔습니다.
이러한 거래는 수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졌고, 그간 어떠한 사고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거래 말미, B씨가 할인받은 어음 중 일부가 부도 처리되었고, 이로 인해 A씨가 운영하던 회사 역시 도산하게 되었습니다.
2. 사건의 검토
본 사건은 기업 간 거래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어음 할인 거래가 형사고소로 이어진 경우로, 아래 두 가지 측면에서 법률적 검토가 필요했습니다.
① 사기죄의 성립 여부
⦁ 피의자가 어음을 할인할 당시, 그 어음이 부도날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자금을 수수했는지
⦁ 동일한 방식의 어음거래가 수년간 반복되었고, 그간 사고가 없었는지
⦁ 어음 부도의 원인이 A씨의 고의적 기망인지, 아니면 제3자의 연쇄적 부도 때문인지
② 공소시효 완성 여부
⦁ 고소장이 사건 발생 3년 후 접수되었음
⦁ 피의자는 해당 고소사실을 10년 가까이 경과한 후 알게 됨
⦁ 해외 체류가 공소시효 정지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음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토대로,
피의자가 어음 부도를 예견할 수 없었던 상황이며 고의성이 희박하다는 점, 나아가 공소시효 완성의 주장 가능성까지 확인하였습니다.
3. 변호인의 대응 전략
저희는 피의자 조사를 받기 전, 다음의 내용을 정리한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하여 수사기관에 사전 제출하였습니다.
⦁ 오랜 기간 정상적으로 어음 거래가 이루어졌던 점
⦁ 최초 부도 발생이 원청의 연쇄도산에서 비롯된 점
⦁ 피의자가 해당 부도를 예상할 합리적 사정이 없었던 점
⦁ 고소장이 사건 발생 3년 후 접수되었고, 피의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외국에 체류 중이었던 점
⦁ 이로 인해 공소시효 완성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
의견서에는 사기죄 구성요건 부존재와 함께 절차법상 공소권 소멸 주장을 병행하였습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기 전, 사건의 전체 맥락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선제적 정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4. 수사기관의 반응 및 조사 진행
의견서 제출 후 진행된 피의자 조사에서는 수사관 역시 본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또는 공소권 없음 처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교적 신속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 거래 당시에는 사고 이력이 전혀 없었음
⦁ 어음 부도는 예기치 못한 외부 요인에 의한 것임
⦁ 형사고발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점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또한 공소시효 완성 여부에 대한 입증자료도 변호인이 사전에 정리한 상태였기에, 수사관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5. 공소권 없음 처분
조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기관은 본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불송치) 처분을 내렸습니다.
즉, 사기 혐의를 인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설령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상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만일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높았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피의자의 고의 여부가 희박했고, 실체적 사안도 억지스러운 고소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6. 마무리하며
이 사건은 법률적으로만 보면 수사단계에서 조기 종결된 비교적 간단한 사안이었습니다.
고소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5년 가까이 기소중지자 신분으로 살아야 했고,
체포의 두려움으로 입국조차 하지 못한 채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만약 당시 신속하게 법적 조력을 받았다면,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이번 사건에서는 실체적 무혐의 + 공소권 없음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 결론을 이끌어냈습니다.
형사사건의 해결은 단순히 죄가 있느냐 없느냐를 넘어, 형벌권 행사 요건이 충족되었는지에 대한 절차적 접근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법리적·절차적 논점을 정확히 짚어내어 의뢰인을 방어하는 것이 형사전문 변호사의 역할입니다.